“암호화폐공개(ICO) 때의 시행착오를 겪고 싶지 않다. 증권형토큰공개(STO, Security Token Offering)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블록체인 연구소 헥슬란트(Hexlant)의 노진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STO 이슈 리포트(이하 리포트)‘를 발표한 취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헥슬란트는 S전자 출신의 서버 및 보안 설계, 개발자, 서비스 기획자들이 모여 만든 블록체인 개발 및 검증 기업으로 그간 국내 굴지의 ICO를 유치해 온 업계에서 꽤 알려진 기업 중 하나다.

그런 헥슬란트에게 ‘시행착오’라니. 노 CEO는 ICO를 진행하면서 ICO의 허와 실을 제대로 봤지만, 이를 일반인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자신들이 진행한 ICO 프로젝트들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하면 마치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지난해 암호화폐 광풍으로 ICO 투기나 스캠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와중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반성의 메시지였다. 이 반성이 결국 STO 리포트로 이어진 셈이다.

요즘 업계에서 가장 ‘핫’한 용어로 떠오른 ‘STO’. 노 CEO가 생각하는 STO는 무엇인지, 헥슬란트가 발표한 리포트에는 무엇이 담겼는지, 2018년 12월 어느 날 헥슬란트 사무실에서 노 CEO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개발진, 실무진 등 S전자 출신이 많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을 그만둔 이유는 뭔가.
S전자는 좋은 회사이고 지금도 좋아하는 회사다. 언젠가 S전자와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웃음) 여기로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이 갖고 있는 조직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었다. 대기업은 정말 안정적이고 규칙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 명확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지만 그 안정적, 규직적인 부분에서 오는 ‘지루함’이 있다.

지금의 멤버들은 모두 S전자에 입사하기 전 알고 있던 사람들이다. S전자 멤버십에서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기획했던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기수이긴 했지만 모두 도전 정신을 가진 성향이었다고나 할까. 모두 그 ‘지루함’이 싫었던 것 같다. 내가 주축으로 (지금의) 멤버들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속속 합류해 헥슬란트가 만들어졌다.

Q. 그렇다면 블록체인 회사를 만든 이유는.
2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은 아주 조용했다. 인터넷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하면 ‘사기’란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떴고, 비트코인보다 다단계 코인이 더 유명할 때였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덕에 비트코인의 정체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왜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는 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뭐길래?’란 의문에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이후 비트코인이 화폐로 쓰일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여기에 비트코인 거래량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걸 확인하자 ‘뭔가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Q.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던 데 최근 주력 사업은.
월렛 서비스다. 월렛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앱처럼 쓸 수 있는 월렛과 ‘커스터디’ 즉, 보관에 중점을 둔 월렛이다. 커스터디란 은행 금고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일반 월렛을 만드는 업체는 너무 많았고 이와는 다른 좀 더 진화된 단계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커스터디 월렛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나 재단과 함께 할 수 서비스, 거래소가 쉽게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자란 생각이었다. 해외에는 ‘빗고(Bitgo)’라는 업체가 있지만 국내에서 이를 지원하는 곳은 헥슬란트가 유일하다.

Q. ICO 검증 작업도 많이 했던데.
검증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책임이 따라오는 작업이다. 수많은 경험과 케이스를 겪고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진행하는 검증 작업이란 건 해당 코인이 실제 동작하는지 안하는 지, 스마트 컨트랙트를 검증한다는 얘기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단순히 얘기하자면 약속된 게 행해지는 전자 계약의 개념이다. 이 계약이 있다는 건 계약을 만든 최고주권자가 존재하고 있단 얘기이고 최고주권자가 거래소의 코인을 사전 동의 없이 마음대로 빼내거나 가져올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거래소 측은 이러한 스마트 컨트랙트가 포함된 코인과 거래해서는 안되지만 거래소, 특히 중앙화된 거래소 대부분은 코드 자체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는다. 검증 기술보다는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헥슬란트가 하는 거다. 검증이 잘못되면 블록체인 전체 생태계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검증, 그리고 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블록체인 연구소 헥슬란트(Hexlant)의 노진우 최고경영자(CEO). / 사진 촬영 = 블록데일리

Q. 최근 STO 리포트를 내놨다. 우선 원론부터 얘기해보자. 노 CEO가 생각하는 STO는 뭔가.
글쎄. ICO 외에 투자를 받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웃음) 다만 STO는 기존 ICO 대비 안정적인 투자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벤처캐피탈(VC)들은 주로 에쿼티 투자(지분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는 회사가 제대로 운영됐을 때 배당을 받는 전통적인 투자 방식이다.

기존 ICO는 사실 시큐리티가 불가능해 유틸리티로 진행한 거다. 하지만 이 유틸리티를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코인 거래 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도 없었다. 증권형토큰은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도입한 방식이다. STO는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분, 즉 토큰에 투자하는 방식이 되는 거다. 지분보다는 배당이란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또 투자자들은 지분에 대한 배당 외에 토큰이 시장에서 움직이면서 생기는 수익을 더 받을 수 있다. 단, 기술적으로는 ICO와 큰 차이는 없다. 정책의 문제다.

Q. 리포트를 발표한 이유는 뭔가.
잘 아시다시피 최근 STO와 관련된 세미나나 비즈니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마치 초창기 ICO 붐이 일었을 때와 마찬가지다. (사기꾼들은) STO 관련 컨설팅을 한다거나 투자금 운용 계획 등 청사진을 그리며 투자자들을 또 다시 현혹시키기 시작했다. 침체된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들에게 STO란 새로운 먹거리가 나온 셈이다.

우리는 ICO를 가장 많이 유치한 회사이고 ICO의 허와 실을 똑바로 봐왔다. 우리가 진행한 ICO 팀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마치 우리가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수차례 ICO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ICO에 관한 가이드를 만들지 않았다. ‘우리의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정리하고,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돕지 못했다는 것.’ 이 점이 우리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없애고 STO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게 하자는 취지로 리포트를 만들었다. 많은 분들이 세미나나 사기꾼들의 말에 현혹되지 않고 더 쉽게 STO 개념을 이해하게 하고 싶다.

Q. STO, 어떻게 전개됐으면 좋겠나.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됐으면 좋겠다. 증권형토큰의 장점은 주식 성격을 지니면서 기존 증권거래법, 자본법에 끼워 넣기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불법·합법 여부가 불투명한 ICO와는 달리 기존 법 적용이 쉬워졌다는 얘기다.

규제 기관들이 좀 더 쉽게 규제안을 만들면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도 면밀하게 해당 프로젝트를 살펴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거다. 투자란 단어에 ‘안정적’이란 말을 붙이긴 어렵지만 STO 방식이라면 지금보다는 좀 안정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정부 정책, 안 만드는 건가, 못 만드는 건가.
규제를 안 만드는 것 같다. 외환법을 제외하면 미국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규제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할 때마다 일반 회사처럼 세금계산서를 모두 발행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범죄자로 취급되는 느낌까지 들었다. 또 직원을 뽑을 때도 쉽지 않다. 회사 운영 면에서 보더라도 명확한 규제가 빨리 나왔으면 한다.

Q.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좋지 않은데.
아직까지는 시장이 너무 작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정직하게 운용되면 시장은 분명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 거래소로만 따져봐도 전세계에 거래소가 진짜 많이 생기고 있다. 그 말은 자금이 돌고 있다는 거고, 암호화폐가 금융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 절대 무너질 수 없는 시장이 됐다는 얘기다.

다만, 언제 또 다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인가가 문제인 거다. 규제가 다 정립되면 당연히 성장할 것이다. 코인을 발행하는 기업이라면 현재의 코인 가치보다는 메인 비즈니스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또 코인을 발행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다른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도와야 하고 일반인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믿음들이 시장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시장은 반드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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